생각이 너무 많아
최근 진로와 관련된 여러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사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안정적인 직장이나 전문직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혼란스럽다. 오래전부터 내 나름의 결심을 굳혔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관심사를 공부하는 지금의 상황은 나를 더 고독하고 연약하게 만든다.
친한 선배나 동기들에게 자문을 구해봐도, 마음속 불안감은 여전하고 머릿속은 여전히 생각들로 가득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현재의 나를 잠식하고 병약하게 만든다.
이런 고민과 문제를 나만 겪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생존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본질적인 상실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20대 초중반의 사람들에게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내가 있는 지역의 라운지에서 작은 공연을 준비해보았다. 라운지 대표님께 여러 차례 연락을 드린 끝에 다행히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2시간, 이 시간 동안 40분짜리 믹스를 총 세 개 준비했다. 이번 공연의 목적은 나와 비슷하게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에게 잠시라도 생각을 비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1) Overthinking, (2) GroovyTwilight, (3) LoungeTechno라는 믹스를 만들었다. 행복을 강박적으로 추구하거나,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팍팍하게 살아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아래는 이번 공연을 위해 제작한 홍보 영상이다.
첫 번째 믹스인 Overthinking은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실험적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대조되는 중독적인 비트감이 특징이며, 가사에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자유를 향한 일탈이 담겨 있다. 이 플레이리스트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은 INNR CIRCLE의 “Thoughts of the Night”로, 느린 템포와 강조된 보컬이 많은 생각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의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 이 믹스는 저녁 8시부터 8시 40분까지 디제잉했다.
두 번째 믹스인 GroovyTwilight은 그루비한 디스코와 테크노를 조화롭게 섞어 표현했다. 신나는 디스코 장르와 몽환적인 테크노 장르가 적절히 혼합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유명 DJ인 페기 구(Peggy Gou)의 “잊게 하네(It makes you forget)”가 이 플레이리스트를 대표하는 곡이다. 제목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불안과 걱정을 잊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LoungeTechno는 밤 9시부터 10시까지 디제잉한 세션으로, 늦은 시간대에 어울리는 강한 비트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중간중간 퍼포먼스를 하는 영상을 대표님께서 찍어주셨다. 이 라운지에는 아주 큰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어, 공연 중에 미디어 아트도 함께 상영되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라운지를 찾아주어 정말 감사했다. 이번 공연은 초여름의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일탈이자, 나에게는 뿌듯하고 보람찬 경험이었다.
한편, 공연 전 디제잉했던 내용을 레코딩하여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했다. 직접 믹싱한 트랙을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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