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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를 활용한 작품으로 유명한 demonflyingfox의 Harry Potter by Balenciaga 영상이 공개되면서,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3인방부터 덤블도어, 볼드모트까지 발렌시아가 런웨이 특유의 기괴한 자세와 도도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을 통해 AI 이미지 생성 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는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고, 동시에 SNS와 사회 전반의 “컨텐츠”들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demonflyingfox의 작업물은 우리가 익숙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의 장면을 AI의 독특한 표현력으로 패러디한다. 영화 해리 포터의 주인공들을 도도하고 트렌디한 발렌시아가 모델로 표현하거나,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을 중동풍의 사업가로 표현하는 등의 작업이 그것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을 차용한 유튜브 계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각 영상은 공개된 지 12시간 만에 조회수 30만 회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demonflyingfox의 채널, 출처: 유튜브

현대 사회에서 대중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매체는 미국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거대 자본 기반의 영화들이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영어를 사용하고, 미국과 유럽의 문화권 출신들이다. 아시아계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자본주의의 논리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층을 정의하고 컨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업 계획이지만, 이러한 편향된 타겟팅이 대중들에게 무의식 중에 문화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백남준의 징기스칸의 복권이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몇백 년 전만 하더라도 동양은 서양에 비해 문화적으로, 제도적으로 세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 이후, 서구 문명이 급격히 발전하며 문화, 자본, 산업, 제도 전반에서 압도적인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특히, 대중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간판만 보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우리말이나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나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래어 사용 비율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높다) 우리의 문화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것보다, 선진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인식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인식이 성숙한 논의와 비판적 사고를 거친 결과라기보다는 가벼운 선택이라면, 이를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백남준, 《징기스칸의 복권》 (조각, 1993), 출처: 백남준아트센터 웹페이지

이제 우리는 생성 모형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등장인물들의 성별, 인종, 나이 등을 쉽게 변형할 수 있게 되었다. 서구 문명의 인물들을 동양권 인물들로 수정할 수 있지 않을까? 퇴근 후 시간이 남을 때,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인 MidJourney를 활용해 몇 가지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다. 먼저 ChatGPT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둔 The Dark Knight Rises의 주요 인물들과 명장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그 후, 주요 등장인물에 적합한 한국 배우들을 대응시키고 그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이후 MidJourney에서 이미지를 생성한 후 편집했다. 그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직접 제작해본 영화 *The Dark Knight Rises*의 한국 버전

이 작품을 만들며, AI를 활용한 컨텐츠 생성 모형이 문화적 편향을 없애고 인종, 성별, 나이 등을 다양화하는 자유를 실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서로 분리되고, 형태와 구조가 다른 다양한 문화를 연결하고 융합하여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에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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