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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과 의식의 원리를 밝히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심리철학자, 신경과학자, 컴퓨터 과학자, 수리생물학자, 인지과학자들은 거친 논의를 통해 여러 이론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그 중에는 대표적으로 아래의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그 외에도 다양하다!).

  • (1) Global Neuronal Workspace Theory; GWT
  • (2)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
  • (3) Higher-Order Thought Theory; HOT
  • (4) Free Energy Principle; FEP
  • (5) Interface Theory of Perception; ITP

1~4에 해당하는 내용은 익히 알려져 있고 꽤 다양한 자료를 통해 공부할 수 있었다. 5번은 최근에 TED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강의 내용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관심있던 분야인 최면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고, FEP의 관점과도 공유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ITP는 UC Irvine의 인지과학과 교수인 Donald Hoffman이 만든 이론으로, 사람의 지각과 의식적 경험을 컴퓨터의 GUI와 같은 하나의 인터페이스라고 주장한다.

Macbook의 GUI 화면

구체적인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화 게임 이론을 활용하여, (1)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경우 vs (2) 생존에 유리하도록 왜곡하여 보는 경우를 비교한다[1]. 그 결과, 후자의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 있는 그대로의 진리적(veridical) 세상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오히려 그것을 감추도록 재구성된 것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조금 당황스럽지 않은가? 내가 경험하는 세상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의 모양과 질감, 색깔, 맛과 향기 등을 뽐내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진화를 거듭해 유전된, 생존에 도움이 되는 지각방식이라니. 인간의 지각을 하나의 베이지안 추론 과정으로 보는 FEP가 떠오른다.


2019년 Science 지에 기고한 칼럼[2]을 읽고 있자면, 더욱 충격적이다. 그는 우리의 지각이 진화를 거듭해 생존에 관련된 가치에 초점을 둘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각 경험이 가상 세계(virtual world) 그 자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 혹은 개념은 단순히 데이터의 구조적 특성이며, 그것의 객관적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 GTA과 같은 게임의 한 장면과 다름 없을까?

게임 GTA 속 한 장면


진화론적 색채를 고려하면, 해당 주장은 물리학의 측정(measurement) 문제와 유사한 점이 있다. 어떤 물리계의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필요하다. 측정은 곧 상호작용이므로, 불확실성이 크거나 아주 작은 세상에 대한 측정은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에 큰 교란을 불러일으킨다. 즉,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본질적 한계가 설정되는 것이다. 이때 이 한계는 대상이 지니는 객관적 속성이라기보다, 측정을 통해 그 속성을 알아내고자 하는 과정 그 자체의 인식론적 한계에 가깝다(QBism 참고).


우리의 지각 및 의식적 경험이 정말 하나의 바로미터이자, 세상의 단편적인 면만을 보여주는 인터페이스라면, 물리주의에서 당연히 상정하는 시공간 개념도 그 의미가 바래진다. 최근 그가 발표한 장문의 논문에는, 두 가지의 논증과 함께 시공간의 명이 다했다(Spacetime is Doomed)고 작성되어 있다[3]. 시공간 개념이 우주의 객관적 속성이 아니라, 우리의 지각 과정이 채택하는 일종의 방식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뤄온 이론들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인간의 지각과 의식에 대한 질문은 우리의 세상을 크게 뒤흔든다. 인간에 대한 연구가 주는 결론은 가끔, 우리가 당연시하는 모든 것들을 공중으로 던져 한 순간에 떨어뜨리곤 한다. 이 충격은 나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 도출되는 생각과 아이디어에 매료될 수밖에 없나 싶다.



Reference

[1] Mark, J., Marion, B., & Hoffman, D. D. (2010). Natural selection and veridical perceptions.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266(4), 504–515.

[2] Hoffman, D. D. (2019). Do we see reality? New Scientist.

[3] Hoffman, D. D., Prakash, C., & Prentner, R. (2023). Fusions of Consciousness. Entropy, 25(1),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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